과학적 무신론은 과학인가? 종교인가?

이종수(경희대학교 응용물리학과 교수)

청솔뉴스 PINENEWS | 기사입력 2020/11/23 [10:39]

과학적 무신론은 과학인가? 종교인가?

이종수(경희대학교 응용물리학과 교수)

청솔뉴스 PINENEWS | 입력 : 2020/11/23 [10:39]

 

 

▲     ©청솔뉴스 PINENEWS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이 문제는 인류의 등장 이후 지속되어 온 문제이다. 과학지식의 폭발적 성장으로 20세기 들어 과학은 우리 삶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과학적 방법론이 성공적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과학이 ‘경험주의’를 바탕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이 사용했던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한 자연철학으로도 자연을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과학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가 처음으로 자연을 ‘경험주의’에 입각해서 관찰하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위대한 이론이라 할지라도 과학적 실험결과와 일치하지 않는 이론은 거부되어야 한다.

 

 21세기를 살아가면서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이어온 과학적 방법을 철저히 무시하면서 꽤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론이 있다. 그것은 초끈이론을 바탕으로 연구되고 있는 ‘다중우주론’이다. 다중우주론은 우리 우주 밖에 거의 무한대에 가깝게 다른 많은 우주가 있다는 이론이다. 다중우주론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초끈이론이 있으며, 이것은 ‘왜 우리가 여기에 존재하는가?’하는 문제로부터 출발한다.

 

 우주의 운명을 결정짓는 우리 우주의 각종 물리 상수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인간과 생명이 탄생되기에 알맞도록 미세 조정되어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이렇게 생각하고 잘 살기 위해서는 ① 안정한 우주를 가져야 하고, ② 붕괴되지 않는 안정한 물질을 형성해야 하며, ③ 우주의 거대구조를 형성할 정도로 적당한 힘의 중력을 가져야 하고, ④ 생물이 탄생하기에 적합한 여러 요소들을 포함해야 한다.

 

 

 

 

 

 우리 우주는 137억 년 전에 빅뱅으로 탄생하여 지금도 우주는 팽창되고 있다. 우주의 팽창 속도를 계산해보면, 확률적으로 우리 우주가 지금과 같이 안정적인 우주의 팽창속도를 가질 확률이 10^-120 정도가 된다. 붕괴되지 않는 안정된 원자가 생겨날 확률, 물질이 생겨날 확률, 은하가 생겨날 확률 정도만 따져도 그 가능성은 10-200 정도로 추정된다. 우주의 나이가 137억 년, 초로 따져보면 6×1017 초 정도가 되니까 우리 우주의 나이 동안 빅뱅이 1초에 10183번 정도 일어난다고 가정해도, 생명이 탄생할 수 있는 우주가 생길 확률은 1번이 될까 말까이다. 이는 전지전능한 존재자가 태초에 우주를 설계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확률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따라서 이는 신이 존재한다는 과학적 논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초끈이론 연구자들은 다중우주(多衆宇宙)라는 개념을 만들어서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다. 이는 우리 우주를 유일한 체계로 보지 않고 우주 바깥에 무수히 많은 또 다른 우주가 있으며, 그 가운데서 우리 우주처럼 인류가 탄생할 만한 우주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주장하는 가설이다. 초끈 이론에서는 빅뱅이란 많은 우주들끼리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것이며, 우주 바깥은 새로운 우주들이 무수히 많이 탄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엄청나게 많은 우주가 있기 때문에 그 중에 적어도 하나쯤은 우리 우주와 같이 기적적으로 놀라운 확률의 우주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매우 난해한 수학으로 무장하여 그럴듯하게 주장되고 있는 다중우주론은 수학도 아니고 물리학도 아닌 과학이라는 이름의 믿음에 불과하다. 물리학은 실험과학이며 엄밀한 측정과 관측을 통해 실험적으로 검증된 것만 이론으로서 정당성을 갖는다. 그러나 다중우주론은 전혀 실험적 검증과정을 거친 것도 아니고 실험적으로 증명할 수조차 없는 이론이다.

 

 초끈이론과 다중우주론에 대해서 세계적인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초끈이론이란 우주가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을 수학적으로 옮겨 적은 것에 불과하다”라고 하였다. 초끈이론이 맞는 이론이라면 지금까지 물리학에서 가장 완벽한 이론으로 평가받고 있는 표준모형을 아주 일부라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초끈이론은 표준모형을 전혀 올바르게 기술하고 있지 않고 있다. 초끈이론 학자들은 모든 물리적 불합리성에 대해 어떠한 답도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된 실험적 예측결과를 보여주기 전까지 초끈이론과 다중우주론은 과학이 아닌 하나의 믿음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유명한 물리학자 파울리는 독실한 천주교인이었다. 반면, 파울리의 선의의 경쟁자였던 폴 디랙은 무신론자였다. 디랙은 “신이란 존재는 인간의 상상력의 산물이네. 종교가 아직도 사람들에게 전파되고 있는 이유는 우리가 정말로 "신"을 믿어서가 아닐세. 이건 그저 우리 중 어떤 사람들이 하위 계층들이 조용하게 있게 하고 싶어서 그런거라네. 불만에 가득찬 사람보다야 조용한 사람들이 훨씬 다스리기 쉽지. 이 때문에 나라와 교회가 굳은 동맹을 맺게 된걸세.”라며 신의 존재를 부정했다. 이에 대해 파울리는 “우리 친구 디랙은 종교를 가졌네. '세상에 신은 없고 디랙이 그 선지자이다' 라는게 교리일세!”라고 응대했다고 한다.

 

 

▲ 물리학자 폴 디랙

 

 그러나 무신론자 디랙도 후에 신의 존재를 인정했다고 한다. “생명의 시작에 적합한 물리적 조건을 10-100 정도로 어림짐작해보자. 그 조건에서 생명의 시작은 불가능했음이 거의 확실하다. 그런 조건에서 나는 생명을 시작한 신의 존재를 가정할 필요를 느낀다. 따라서 나는 물리법칙과 신의 존재 사이의 관계를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만약 물리법칙이 매우 낮은 확률로 생명을 시작하기 때문에 맹목적인 우연만으로 생명의 시작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한다면 반드시 신이 존재해야 한다. 자연은 왜 이런식으로 구성되어있는가? 현재의 지식으로는 자연이 설계되었다고 대답하는 수 밖에 없다.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이 상황을 두고 신은 굉장히 높은 차원의 수학자이고 고등 수학을 사용해 우주를 설계했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폴 디랙, The Evolution of the Physicist's Picture of Nature(1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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